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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의 물 폭탄을 보고

기사승인 2020.08.07  17: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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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간이 저지른 범죄…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우

▲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도로인지, 강인지 구분이 안 되는 가운데 차들이 물속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이번 1년 강수량의 절반이 내린 중부지방은 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천군 어디는 그 너른 들판이며 동네가 물에 잠겨 흡사 수중의 마을이다. 여기저기 농경지가 침수된 모습, 산사태로 길이 막힌 장면, 그놈 비로 인한 산사태로 철길이 끊어진 거며, 그놈 폭우로 집이 물에 잠겨 간신히 산 그 우거지 꼴의 사람들을 대하자, 숫제 말로 하늘이 이만저만 노하지 않은 것 같다.

대전 같은 경우는 아파트에 물이 들어 졸지에 집을 잃지 않나, 저수지가 터져 마을이 잠기지 않나, 그리고 산사태로 집이 무너진 장면들은 파괴의 화신인 전쟁으로 인한 사건 같다. 댐의 저수량이 많아 댐마다 그 산더미의 물을 내쏟고 있고, 이런 기세대로 또 비가 내리면 서울의 한 부분도 물에 잠길 것 같은 이 으스스한 지구 온난화에서 온 재앙.

이런 집중 호우며 내가 사는 남부지방의 폭우에서 비롯된 산사태, 농경지 피해들을 대하자, 문득 내가 산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상기된다. 그러니까 70년대만 해도 수자원 관리가 되지 않아 얼마 비가 내리면 물난리였다. 얼마만 내리면 저지대의 어떤 마을이든 물에 잠기곤 한 거였다. 그때를 비교하면서 치산치수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된 지금의 이 나라를 대하자 정말이지 격세지감이다. 방송에서는 물난리, 물 폭탄이라고 하지만 그 당시는 전국이 물에 담겼다고 할까.

당시의 낙동강 쪽은 댐이라곤 없었다. 또한, 당시의 이 땅 어디든 산들은 벌거숭이 민둥산이었다. 땔감이 없기에 절대적인 땔감 부족으로 산에 심어진 나무들이 자랄 수 없었다. 자라나는 쪽쪽 베어다가 밥을 짓고 쇠죽 끓이는데, 그리고 군불을 지피는데, 써야 했던 그 시절. 뿐만, 아니라 여름철 어디든 풀이 자랄 수가 없었다. 자라면 앞 다투어 베어다 퇴비로 쓰고 소에게 먹여야 했다. 해서 민둥산에다 풀이라곤 없는 벌판.

이러던 걸 댐을 만들고 물이 담는 데는 경지정리를 했으며, 늪 같은 것도 뭉개어 옥토로 개간한 거였다. 거기에다 세멘 공구리로 수로 같은 것도 전국 어디든 그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모른다. 이런 마당에서 농촌 인구가 대거 도회로 유입해 사람이 살지 않다 보니 산이며 들판이 그야말로 수풀로 가득하다.

내 고향의 경우 산은 숲이 짙어 이런 여름엔 들어갈 수가 없다. 어느 산이든 그러하다. 사람이 아니 사는 농촌이다 보니 산마다 밀림이나 다름없다고 할까. 이런 변화 때문에 웬만한 비에는 관계시설이 잘되어 비 피해는 그야말로 얼마 아닌 거였다.

그 예전 나의 고향 마을 뒤 야트막한 야산을 오르면 낙동강이 보였다. 이런 장마의 폭우엔 낙동강이 범람했으며 강가의 마을마다 그 물에 잠기곤 한 게 지금도 선하다. 그리고 그 범람한 강물엔 집채가 떠내려가질 않나, 수박이며 참외 같은 건 물론 돼지며 소도 떠내려갔다. 슬레이트 지붕이며 가정의 그때 물품 온갖 게 다 떠내려갔다.

형들은 사람시체가 떠내려가는 걸 봤다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낙동강이 범람하면 우리 마을에도 그 누런 물이 들어와 사람마다 산으로 피해 이틀이나 나는 산에서 산 적이 있다. 이때 주변 마을을 봐도 보이는 마을마다 물에 잠겨 그야말로 물바다였다. 이렇게 물바다가 되자 논마다 심어진 나락이 물이 빠져도 자라질 않았다. 이러해 이듬해는 보리쌀은 물론이고 먹을 것이라곤 없어 집마다 끙끙거렸던 그 고통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한데 지금은 이런 장마며 홍수 때 물 관리를 잘해 그 시절의 그 장면들은 악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걸 보면 대한민국의 발전에 박수하지 않을 수 없다. 노인들만 몇 명 있는 그런 마을마다도 아스팔트가 다 닦여져 있고, 홍수 피해가 날만 한 데는 관계시설을 죄다 만들어 놓았으니 이런 발전된 국가를 향해 찬양 아니 할 수가.

이러하지만 이번의 이 폭우를 보자면 요 며칠 사이, 연 강수량의 절반인 700mm가 왔다니 국가 할아버지라도 어떻게 막으리. 또한, 탐욕 가득한 우리 인간이 저지른 범죄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우라고 하니 누구를 탓하리.

양병철 편집국장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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