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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생활화학 제품에 제 삶이 올스톱”

기사승인 2021.04.04  22: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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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살균제] 행복하고 싶던 그녀가, 옥시 본사를 찾은 이유

“잘못된 생활화학 제품 때문에 제 삶이 무너져가고 있어요”

▲ 사진=환경운동연합(2021)

“너희 엄마가 이상하고 좋지 않은걸 사용해서 아픈거 아냐?”

올해 열세살. 김경영씨의 딸이 들은 아픈 말이었다. 그녀의 보석같은 아이는 현재도 운동장에서 뛰어놀지 못한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해 천식을 비롯한 합병증을 얻었기 때문이다. 체육시간에 또래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잘 못뛰니까 우리팀에서 빠져라. 들려오는 어린 말들에 엄마는 그저 마음이 아프다.

“오늘도 저는 치료되지 않는 제 몸을 위해 병원 임상시험에 기대고 있습니다. 이 자리가 끝나면 전 또다시 병원에 들어가야 합니다. 제가 집이 아니라 왜 병원으로 향해야하는 건지 누구라도 답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꿈 많던 청년이었고 행복하고팠던 여성이었습니다.”

“그런제품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제대로 벌 받게 해주세요. 무엇이 잘못되서 그런 화학제품이 세상에 나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야 하는지 이유를 밝힐 수 있게 해주세요.”

김경영씨의 말이 여의도 옥시RB 본사로 울려퍼졌다. 2008년 임신중이던 그녀는 옥시의 제품을 사용했다. 건강하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13년 전 잘못 만난 제품 때문이다. 자신은 물론, 아이 또한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조금 덜 아팠던 남편은 아내와 아이 중 누구를 간호해야 하나를 고민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렇게 제 삶이 무너져 갔어요”

몸이 아프니 평범한 일상 자체가 도전으로 다가왔다. 아이 밥차려주기, 설거지하기 조차도 힘에 부쳤다. 꿈까지 접어가며, 왜 이렇게 병상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허탈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 곁에 생활화학 제품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밝히지 못한다면, 언제 여러분들이 저희와 같은 피해자가 돼서 이 자리에 서야하는지 아무도 장담할수 없습니다. 다음은 여러분도 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최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옥시RB 본사 앞, 이번에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들은 참사의 책임 인정에 소극적인 가해기업을 비판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피해자 단체 일곱 곳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가습기넷이 함께 했다.

“한정애 장관님은 저희를 만나려고도 하지 않네요”

▲ 사진=환경운동연합(2021)

사건의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대한 아쉬움도 터져나왔다. 이들은 “결국 환경부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유명무실하게 한 것 아니냐”며 한정애 장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연말 특조위의 연장건에 대해 환경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고, 여야의 셈법과 맞물려 진상규명 기능이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특조위는 2월부터 자료제출 문제 등으로 갈등을 벌여왔다. 이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시행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환경부는 특조위가 원인 규명 업무를 더 이상 할 수 없으므로, 피해구제 및 제도 개선에 대한 진상 규명조사도 할 수 없다. 피해자 구제 및 제도개선과 관련해 필요한 자료는 협조 차원에서만 제공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정말 피해자들 한 명이라도 만나보고 이런 결정을 하신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통령께도 묻고 싶습니다. 지난 2017년도에 저희를 만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도 아직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희가 정말 안보이시나요?”

악화되기만 하는 소모적인 갈등, 답답한 피해자들

▲ 사진=환경운동연합(2021)

김경영씨는 2019년 3월 옥시RB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을 통해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환경부에 요청했지만, “9개월이 지나도록 제출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행정절차 지연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피해자가 치료비 명목으로 먼저 지출한 금액을 다시 돌려받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천식을 얻게 된 피해자 강은씨의 사례다.

“치료비가 한 달에 4‧500만원이 나오는데 두세달이 지나서야 입금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를 돌려써야만 하는 빠듯한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그녀가 들은 환경부의 답변은 “일단 기다려달라는 것이었다. 인정자가 너무 많다고 피해자가 많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같은 원론적인 입장이 피해자들의 마음을 달랠수는 없었다. 강은씨는 재차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님을 만나던 2017년 8월 8일,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그 진정성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뭐가 바뀌었나요. 내 몸이 증거인데, 이렇게 아픈데 어떤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나요. 여러분이 귀기울이지 않으시면 언제든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할수 있습니다. 눈과 귀를 열어주십시오. 도와주십시오. 눈물로 호소드립니다.”

한편 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피해구제 포털에 따르면, 3월 26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380명이고, 이 중 1,647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지원대상자는 4,168명이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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