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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방어행위 범죄인가?

기사승인 2020.06.25  16: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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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정책 제안 토론회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 주최로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여성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정책 제안 토론회-여성의 방어행위는 범죄인가?>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여성폭력 사건에서 여성의 방어권이 인정되지 않는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가시화하고 각계각층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기획됐다.

주제 발표는 최나눔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이 ‘여성의 방어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사례로 본 여성폭력 피해자의 방어행위’라는 주제로, 김수정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가 ‘정당방위-혀 절단으로 방어한 성폭력 사건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 주최로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여성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정책 제안 토론회-여성의 방어행위는 범죄인가?>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자로는 현혜순 한국여성상담센터 센터장,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하민경 가톨릭대학교 법학과 교수, 이은구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가정폭력대책계장이 참여했다.

최나눔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먼저 여성폭력근절 운동에서 여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 운동의 역사를 짚었다. 성폭력 피해자가 방어행위로 인해 구속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언급하며, 이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수사기관은 친밀한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여성폭력에 대한 이해 없이 여성의 저지, 저항 행위를 ‘쌍방폭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거나, ‘가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자신의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거나 합의나 고소취하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에 “수사·사법기관은 여성의 방어행위를 여성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고 여성폭력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수정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최근 재심을 청구한 56년 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으며, 이 사건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혀 절단으로 방어한 성폭력 사건’이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사법기관의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 문제를 언급하며, “재심 대상 판결은 정당방위의 이념에 반하고 가해자의 범죄 유발책임을 피해자인 청구인에게 전가하는 등 상당성을 잘못 해석하고 적용한 판결로 위법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법원은 재심개시사유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하고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피해자에게 가해자와의 결혼을 종용한 점, ‘처녀’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감정을 한 점 등을 권한남용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대중적 지지로 이 사건의 피해자가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법원의 유연한 판단을 바란다”며 주제 발표를 마무리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현혜순 한국여성상담센터 센터장은 “폭력이 멈추어지지 않는 상태에서의 부부간의 화해시도, 부부상담은 피해자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임상에서 가정법원으로부터 상담 위탁되어 온 가정폭력피해 여성 대부분은 가정폭력 피해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남편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위협 등 극심한 공포감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구체적인 위험 상황에 놓여 있다”며 “여성들은 폭력적 관계를 벗어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대항폭력을 사용하거나 극단적으로 남편살해를 시도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여성의 방어권 문제에 있어서도 여성의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폭력을 마주하고 있는 피해여성에게 법은 상호 모순적인 행동을 여성에게 요구해 왔는데 성폭력 피해여성에게는 순간의 망설임 없이 저항할 것을, 가정폭력 피해여성에게는 맞서지 말 것을 주문해 왔다”고 말했다.

또한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전력, 각 일방이 입은 상처의 심각성, 미래에 각 일방이 처하게 될 가정폭력으로부터의 위험, 어느 일방이 방어폭력을 행사했을 가능성 등을 판단기준으로 제시하는 미국의 주 공격자 법을 소개했다.

그는 끝으로 지난 1977년 ‘다시 돌아와 강간하겠다’는 가해자를 길거리에서 발견하고 총을 쏘아 살해한 사건에서 판사가 정당방위로 판단한 미국 완로우 사건, 1990년 ‘집에서 벽까지 도망갔다면 더 이상 도망갈 공간이 없는 것’이라고 판단한 오하이오주 사법부의 태도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전향적인 판례의 필요성과 입법부의 역할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하민경 가톨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정당방위 구성요건에서 상당성의 요건을 판단할 때 균형성 심사가 소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우리 법원의 경우 상당성 요건을 두고 이를 정당방위를 제한하는 요소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정당방위 규정을 입법한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정당방위권의 인정근거에 관해 자기보호와 법질서수호원칙 양자에 근거를 두는 것이 다수설인데 우리 법원은 법질서수호원리의 강조로 상당성 요건은 이미 정당방위의 본질적 요건을 충족시킨 경우에도 탈락시키는 제한원리로 해석해 왔다고 했다.

특히 “정당방위에서의 균형성 심사는 권리남용을 배제하는 차원에서 법익 사이의 불균형이 극단적인 경우에 걸러내는 정도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당성이 법문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받는 개념이며, 변화된 법문화 하에서 상당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유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구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가정폭력대책계장은 “쌍방폭행이 가정폭력 현장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제한된 정보 속에서 명확하게 주된 가해자, 피해자를 가려서 처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에 “주된 가해자를 가릴 수 있는 지표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여 수사지침에 반영했고 현장에서의 제한된 정보로만 판단이 어려울 경우에는 수사팀에 인계하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당방위를 넓게 인정하는 판결 뿐 아니라, 관련 법령의 개선을 제안했고 경찰청 역시 ‘여성들이 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재심청구 중인 ‘혀 절단으로 방어한 성폭력 사건’의 재심 개시 및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활동 등 여성폭력 피해자의 방어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특히 여성의 방어권을 확대하기 위한 수사·사법기관의 인식 변화, 법 제도 개선을 위한 앞으로의 활동에 국민들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 없는 세상,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1983년 첫발을 내디뎠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재형 기자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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