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위기의 삼성전자 총체적 난국 타개 위해
삼성전자 RE100 대응방안 및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문 매각 촉구 기자회견
“삼성전자가 위기입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성장을 견인했던 초격차 전략은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 상황입니다. AI시대의 도래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어려움에 더해 파운드리 부문에서의 부진으로 현재 겪고 있는 위기가 심각합니다.”
▲ (사진=경실련) |
“최근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도 예상치 보다 밑도는 상황에서 급기야 반도체 부문장의 사과문 발표도 있었습니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걱정을 끼쳤다’며 사과하며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을 천명했습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 나오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과문 발표가 그나마 엄혹한 현실 인식의 시작으로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하나, RE100 대응방안 등 당면한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대응을 잘 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삼성전자 RE100 대응방안 및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문 매각 촉구 기자회견이 시민단체 공동 주최로 28일 낮 12시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렸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대전환의 시기에 한국이 처해 있는 제조업의 위기와 산업공동화 우려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에 이러한 문제를 밝히고 공론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문]
<우리의 입장>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RE100 대응계획 및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부문 매각 계획을 투명하게 밝혀라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가 회자되고 있다. 외국투자자들이 9월 3일 이후 30거래일 동안 순매도를 하는 초유의 일이 생기고 있으며, 연일 주가는 연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기술력에서 비롯된 것이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HBM 기술에서 뒤처지고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 생산 수율이 낮다는 기술적 문제는 삼성전자 위기의 근인이고 현상일 뿐이다. 삼성전자가 왜 HBM 기술개발을 중도에 포기했었는지 또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빅테크 기업들에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못 받고 있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결국 삼성전자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력이 아니라 이런 기술력 격차를 가져온 기업의 제도인 삼성전자의 소유지배구조이고, 이런 소유지배구조는 총수일가의 사익과 삼성전자 내부 조직의 기득권에 의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성공은 삼성전자 내부의 의사결정이 기업 내 최대의 기득권을 가진 사업부와 임원들 중심으로 이뤄지게 만들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과감한 변화보다는 점증적 변화나 과거 사례의 모방이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있다. 그러나 이 기회의 창은 급속히 닫히고 있다. 지금이라도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부문을 매각하고, 삼성전자 각 사업부문을 독립적인 회사들로 분사하고, 분사된 회사에 실권을 가진 세계 최고의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 독립성과 재무적 책임성이 강화된 개별 회사가 생존을 위해 창조적 파괴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만 삼성전자가 노키아와 같은 몰락의 길을 피할 수 있다.
이런 분사와 함께,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 전력수급 계획의 제시 없이는, 삼성전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줄 수 없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구글이 삼성전자에 2029년까지 RE100 이행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RE100을 달성한 애플 또한 2030년까지 모든 공급망에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은 2040년까지 고객사들이 RE100을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2023년 연간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용인에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30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구체적인 RE100 달성 방안과 계획 없이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3년 매출액이 259조원 가량으로 명목 GDP 2401조 대비 11% 가량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때문에 RE100 대응 여부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심대하다.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사인 TSMC는 작년 9월에 자국 타이완에서 2040년까지 RE100을 이행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장기 수급 20년 계약도 맺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23년 지속가능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RE100 전체 달성률이 31%로 경쟁사에 비해 저조했다.
더구나 언론에 따르면 국내는 3% 수준에 머물러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RE100을 달성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대로 간다면 삼성전자는RE100 달성을 위해 국내가 아닌 해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300조원의 투자계획 또한 시늉만 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현재와 같이 안일하게 대응한다면 한국 제조업은 공동화를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나아가 동남권의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단지들도 경쟁력을 점차 상실하게 되고, 동남권 중심의 제조업은 공동화가 될 것이다. 결국 인력 고용을 포함하여 국내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RE100 대응방안을 마련해 첨단 반도체를 한국에서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300조원을 투입할 것이라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전력수급 계획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제조업 공동화라는 참담한 미래를 막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법인세를 비롯한 세제와 금융지원 등 여러 정책적 특혜를 받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총수로서 온갖 사법적 특혜까지 받았다.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이러한 특혜를 받았음에도 해외에서 돈만 벌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이재용 회장과 임원들이 하고 있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오늘 우리의 요구를 삼성전자와 이재용 회장이 수용하여 반드시 시스템 반도체 설계부문을 매각하고 RE100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계획을 밝히길 촉구한다.
(2024년 10월 28일)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