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작 몰카 사건”이라 단정하고 신고자까지 폄훼
권익위 수뇌부 모두 반부패 총괄기구 이끌 자격 없음 재차 확인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어제(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권익위 국감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사건에 대해 “고도로 계산된 몰카 사건이자 정치공작 사건”으로 단정하여 규정했다. 또한 참여연대의 이 사건 신고에 대해서는 “신문기사 9개를 덜렁 첨부해 권익위에 던진 사건”이라며 “종결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의견이 정말 권익위의 공식 입장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사건의 성격을 임의로 단정하고, 신고자의 신고를 폄훼하며 부적절한 인식을 드러낸 박 부위원장은 사과하고 스스로 사퇴해야 마땅하다.
지난 6월 10일 명품 수수 사건을 종결처리한 권익위는 전원위원회의 의결서 어디에도 “정치공작 몰카 사건”으로 규정한 바 없다. 이 사건은 최고위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이자, 권익위의 혐의없음 결정으로 청탁금지법의 제정 취지가 무너진 사건이다. 박 부위원장은 국감에서 개인의 의견을 아무렇지도 않게 단정적으로 내놓았다.
게다가 박 부위원장은 김 여사의 명품 수수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반영한 참여연대 신고사건을 ‘신문기사를 첨부해 덜렁 권익위에 던졌다’며 폄훼했다.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문제적 발언을 되풀이한 박 부위원장의 태도는 그동안 권익위 수뇌부가 이 사건을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해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뜩이나 유철환 위원장과 정승윤 부위원장, 박종민 부위원장, 김태규 전 부위원장(현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게는 윤석열 대통령과 사적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의 종결 처리를 주도하였다는 의혹과,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실무자들에게 부당한 압력이나 지시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 사망사건의 진상 규명까지 사실상 가로막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제 국감에서 박 부위원장의 발언은, 사건 초기 대통령실이 내놓은 입장과 같은 것으로 해당 사건에 대한 권익위 수뇌부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결국 국민의 상식에서 벗어난 권익위의 종결처리는 이러한 인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언제부터 권익위가 대통령 부부의 보좌기관으로 전략한 것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문제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사건 처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와 합리적 사유를 담아 지난 7월 4일에 재신고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유 위원장과 정 부위원장, 박 부위원장에 대해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기피신청까지 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승윤 부위원장에 이어 사무처장을 맡은 박종민 부위원장이 지난 6월 10일 종결할 때처럼 또다시 사건 처리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면 국민 대다수는 그 과정과 결정 또한 전혀 납득할 수 없을 것이 뻔하다.
박종민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어제 국감에서 내놓은 부적절한 답변에 대해 사과하고 그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번 국감에서도 거듭 확인됐듯, 유 위원장, 정 부위원장과 박 부위원장이 이끄는 권익위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사건을 비롯해 많은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반부패 총괄기구이자 공익제보자 보호기구로서 존립 근거를 스스로 무너뜨렸으며 그 위상의 복원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권익위의 독립적 위상 회복은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2024년 10월 9일)
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