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사회,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 제정 촉구
티메프 없는 티메프법?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을 발의하고 입법을 추진해온 국회의원들과 중소상인·소상공인·노동·시민사회 단체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후퇴를 규탄하고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사진=참여연대) |
지난 9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 공정화를 위해 독과점 플랫폼의 반경쟁행위를 규제하는 차원으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방향’을 발표했다. 해당 내용은 크게 △시장지배적 플랫폼에 대한 사후추정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를 비롯한 4대 불공정행위 금지 △지배적 플랫폼 시장의 입증책임 강화 △과징금을 기존 매출액 6%에서 8%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정부안의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후추정 요건은 ①1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수 1천만명 이상이거나, ②3개 이하 회사 시장점유율이 85% 이상이고 각 사별 이용자수 2천만명 이상이다. 또한 해당 요건에 충족하더라도, 계열사를 포함한 플랫폼 관련 직·간접 매출액이 4조원 미만시 제외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플랫폼 기업의 대상은 네이버 검색분야, 카카오(SNS) 등으로 한정되고 네이버 이커머스 분야, 쿠팡, 배달의민족과 같은 실질적 시장지배적 기업이 제외될 뿐만 아니라, 사전지정이 아닌 ‘사후지정’으로 하여 불공정행위 적발 이후에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사실상 독점 규제법의 핵심적 요소를 배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입점업체 및 노동자단체와의 계약 중요조건에 대한 사전협의, 소비자와 입점업체 간 고충처리시스템 구축과 같은 입점업체와 노동자, 소비자 보호 방안도 누락됐다.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의 핵심은 시장지배적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전지정과 더불어 불공정행위 규제를 위한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독과점적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입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공정한 플랫폼 경쟁 체제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 주장해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방향은 사실상 자율규제 체제를 유지하며, 기존 공정거래법을 통해 최소한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는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정부 스스로의 주장을 퇴색시키는 것이며, 중소상인·소상공인 입점업체 및 노동자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 (사진=참여연대) |
[기자회견문]
거대 플랫폼 기업에 굴복한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이용자 위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
윤석열 정부가 독과점 플랫폼 기업에 굴복했다. 독과점 플랫폼 기업 규제를 통한 공정하고 안전한 시장질서 확립이 세계적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윤정부가 내세웠던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방침마저 스스로 저버렸다. 지난 9월 9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발표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방향’에는 공정경쟁 촉진도 없으며 티메프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도 없다.
자유의 가치를 강조하는 윤정부는 결국 이번 입법 방향을 통해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판을 깔았다. 이용자 안전과 공정경쟁 질서를 파괴하는 이번 플랫폼법 개악안을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여름, 티메프는 부실경영과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입점업체에게 1조3천억원 규모의 피해를 발생시키고, 수천명의 소비자에게 불편과 피해를 초래했다. 티메프 사태를 발생시킨 ‘입점업체 판매대금을 자본금 삼아 기업경영 활용’, ‘무분별한 인수합병’ 등 종합적인 문제는 플랫폼 업계에서 관행처럼 반복되어온 행태였다.
쿠팡은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별개의 시장에 문어발 확장하여 1400만 이용자를 확보했다. 쿠팡이 강조하는 ‘로켓배송’, ‘저렴한 가격’ 등 ‘소비자 후생’의 실체는 사실상 노동자 착취와 승자독식의 아이템위너 정책, 자사우대 등 각종 불공정행위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지난 7월 공정위에서 상품리뷰와 알고리즘을 조작한 행위로 쿠팡에 내린 ‘1628억 과징금 처분’이 그 실체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쿠팡은 ‘프로모션’이라며 쿠팡이츠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하고, 일방적으로 유료 멤버십 가격을 50%이상 인상했다. 이후 배달앱 시장을 뒤흔들며 입점업체에는 최혜대우요구를 강요하고 점주들의 운영권을 공공연하게 침해하고 있다.
배달앱의 대표적인 독점기업인 배달의민족은 어떠한가. 쿠팡이츠의 시장흔들기에 맞불로 덩달아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하면서, 입점업체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하고 배민배달을 확대하는 등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로 몰아가고 있다. 결국 중개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한 입점업체 점주들은 생계를 위해 음식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면서 과도한 수수료 부과, 서비스가격 인상 등 각종 물가 상승을 유도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독점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플랫폼법’의 규제 대상에는 쿠팡, 배달의민족, 티메프와 같은 핵심적 독과점 기업이 빠져있다.
기존 시장지배적 플랫폼 기업에대한 기준은 1개 회사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회사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였지만, 정부 개정안은 각각 60%와 85%로 범위가 축소된 것이다. 이는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각 시장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을 실감하지 못하고 입점업체, 노동자, 소비자 등 이용자의 현장 목소리를 외면한 탁상 행정정치의 결과이다.
기존 논의되던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의 핵심은 시장지배적 기업에 대한 사전지정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 기간을 단축하여 신속하게 조사와 규제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조사는 1~2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기간동안 거대 플랫폼 기업은 시장 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고 독점력을 공고히한다. 정부는 어떤 이유로 이 같은 플랫폼 생태계를 외면한 채 ‘사후 추정제’를 고집하고 있는가.
독점적 거대 온라인 플랫폼에대한 규제는 세계의 흐름이자 민생경제를 위한 방향이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외식물가 상승, 서비스가격 인상, 수수료 폭탄,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플랫폼 이용자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 정부는 더이상 민생을 외면하지 말고, 현실적인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장 기준과 ‘사전지정제’를 반영하여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을 제정하라. 우리 플랫폼 이용자들은 민생경제를 위하여 공정하고 안전한 플랫폼 생태 질서를 끝까지 요구할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
(2024년 9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박주민, 민형배, 오기형, 김남근, 김현정, 이강일 국회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국회의원,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 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택배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