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연이은 노동자 사망사고 따른 기자회견
▲ (사진=환경운동연합) |
지난 8월 12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영풍석포제련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영풍석포제련소는 경북 봉화군 산골 깊숙이 위치한 아연제련소이다. 영풍석포제련소는 지난 10년 동안만 확인하더라도 70여건이 넘는 법위반과 범죄행위를 일삼았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열다섯번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최근 2023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아홉달만에 세 사람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범죄기업이자 노동자의 무덤인 이 영풍석포제련소를 좌시할 수 없어 영풍제련소주변환경오염및주민건강공동대책위원회,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이 거리에 나왔다.
이와 관련 영풍석포제련소는 지난 2018년 폐수무단방류로 조업정지 10일, 지난 2019년에는 폐수시설불법운영으로 조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영풍은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1심, 2심 패소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시간끌기로 6년째 정상운영 중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한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 그리고 정부가 범죄기업이자 노동자의 무덤이 된 영풍석포제련소에 통합환경허가를 재검토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
[기자회견문]
노동자 죽음의 사업장, 낙동강 오염의 주범 범죄기업 영풍석포제련소 폐쇄하라!
사람이 또 죽었다.
2023년 12월 9일에 이어 또 죽었다.
2024년 3월 8일에 이어 또 죽었다.
지난 8월 2일 영풍석포제련소에서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또 죽어 나간 것이다.
2023년 12월 9일부터 2024년 8월 2일까지 아홉달 만에 무려 세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영풍석포제련소로 인해 1997년 이후 열다섯번째 죽음이 지난 8월 2일 발생한 것이다.
슬러지에 빠져 죽고 / 석고덩이에 맞아 죽고 / 비소가스에 중독되어 죽고 / 열사병으로 죽고 / 폭발 사고로 죽고 / 떨어져 죽고 / 황산 탱크로리가 뒤집어져 죽고 / 카드뮴 중독으로 죽고 / 죽고 또 죽고 /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또 또 또 죽어야 하나?
지난 27년간 2년에 한 명 이상이 죽어 나가는 제련소에서는 최저임금이라도 받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 살기 위해 들어간 공장에서 죽어서 나오는 공장은 노동자들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전쟁터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공장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대한민국에 버젓이 버티고 있다.
이번 사망사고를 열사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추정을 하면서 경찰에서는 부검으로 사망 원인을 밝히겠다고 한다. 영풍석포제련소는 지난해 아르신 가스 중독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듯이 황산, 카드뮴, 비소 등 위해 물질을 많이 다루는 공장이기 때문에 일반 건설 현장과는 다른 상황이므로 사망 원인을 열사병이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관계당국은 사인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재발 방지를 위한 길임을 명심하라.
영풍석포제련소 진짜 주인 장형진은 2015년 일찌감치 회장 자리에서 고문으로 물러나 앉아 있다. 장형진 전 회장은 영풍 본사 7층에 고문실을 두고 제련소 운영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고 한다. 법적 책임은 법인 등기부 등본에 있는 월급 대표이사에게 있다. 2년에 한 명꼴로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이 아무리 죽어도 책임은 월급 대표이사가 지면 되기 때문에 돈 들여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
외부 용역업체 노동자가 죽어도 원청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023년 2월부터 시작됐지만, 영풍석포제련소 진짜 주인인 장형진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영풍석포제련소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 치외법권 기업인 것이다.
제련소 공장 지하엔 기준치의 33만배가 넘는 카드뮴 지하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나와 안동댐에 켜켜이 쌓여 있고, 안동댐의 메기 몸속엔 기준치의 2배 가까운 수은이 나왔다. 제련소 주변 흙은 카드뮴으로 오염되어 이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에서도 카드뮴이 나온다.
카드뮴은 이따이이따이병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안동댐 물은 경상북도, 대구시, 울산시, 경상남도, 부산시 등 다섯 개 광역시·도의 1천3백만명의 식생활 용수로 쓰이는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환경부가 발주하고 충남대학교에서 연구조사를 진행한[안동댐 상류 수질, 퇴적물 조사연구 (2) 2021년]를 보면 낙동강 상류의 안동댐 위쪽에 자리잡은 영풍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상류 수질과 퇴적물의 오염원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아래 여러 그림에서와 같이 제련소 부근에서 낙동강 퇴적물에서의 카드뮴(Cd), 아연(Zn), 납(Pb), 수은(Hg) 등 유해 중금속의 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이후 완만하게 내려간다.
영풍은 2013년 이후 지난 10년간 70여건이 넘는 법 위반과 범죄행위를 일삼아 왔다. 제련소 주변 주민들의 혈액 속 카드뮴은 국민 평균보다 훨씬 높게 검출되어 주민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 지난 5년간 환경부가 주관한 조사에서 밝혀졌음에도 2022년 12월 이 나라 환경부는 허가해 줄 수 없는 235가지나 되는 조건을 달아 영풍에 ‘조건부 통합환경허가’를 내어주었다. 영풍석포제련소는 환경 문제만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의 죽음터가 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통합환경허가’를 내어준 것이다.
영풍석포제련소는 도대체 어떤 기업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고, 낙동강 전역을 중금속 오염의 공포로 몰아넣는데도 불구하고 통합환경허가를 내준 것인가? 이는 정부가 영풍석포제련소에 ‘오염 허가증’과 ‘노동자 살해증’을 공식적으로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 도대체 “이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도 아니다”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인 것이다.
영풍석포제련소는 2018년에 정수되지 않은 폐수를 무단 방류하다가 제련소가 생긴 이래 50년 만에 처음으로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은 받았었다. 당연히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걸어 영풍은 대법원까지 가서야 조업정지 처분을 이행했다.
2019년에도 폐수처리 시설 부적정 운영이 적발되어 경상북도로부터 2020년 12월 조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이 또한 행정소송으로 맞서다가 결국 1, 2심에서 패소하자 지난 7월에는 대법원에까지 상고했다. 늘 이런 식이다. 한번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 없이 소송으로 일관해 시간을 끌어 유리한 상황을 기다려 왔을 뿐이다.
또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한 8월 6일자 한겨레신문에 따르면,‘석포제련소 근로감독 현황’에서 고용노동부는 석포제련소에 시정조처 32건, 사법조처 13건, 과태료 19건(부과 금액 4억2000만원)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월 27일부터 31일까지 대구고용노동청이 사고 관련 안전수칙 이행 실태, 위험성 평가, 안전보건관리체제의 직무 이행 여부 등 안전·보건 관련 사항 전반을 살폈다고 했다.
구체적인 법 위반 사항을 보면 ‘안전보건규칙에 따른 추락 방호 조치 미실시’(제43조 1항), ‘전기 기계·기구 충전부 보호 조치 미실시’(제301조 1항), ‘특별관리물질 미고지’(제440조) 등이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운영 부적정’(제24조 1항), ‘공정안전보고서 미이행’(제46조 1항),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부족 계상’(제72조 1항) 등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영풍석포제련소는 이번에 적발된 법 위반 사항에 이미 오래전부터 사망사고까지 발생했었던 건이었음에도 소를 잃은 뒤에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영풍석포제련소의 산업안전보건 실태가 이러한데도, 영풍 관계자는 최근 한 일간지에서 “조업정지 2개월이 확정된다면 조업정지 후 재가동 정상화에 6~7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업정지로 인한 손실이 5천억에서 7천5백억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조업정지가 되면 오염 지하수를 처리할 수 없어서 추가 오염 문제가 발생하고 공장이 폭발할 수도 있다“며 여론을 호도하면서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자신들 때문에 일어난 타인의 죽음이나 주변 환경파괴는 당연시하면서 자신의 아픔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영풍석포제련소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지역 주민 생계 운운하면서 조업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여론몰이나 하는 영풍석포제련소의 모습에서 악어의 눈물을 본다.
이제는 더 이상 반인륜적이고, 반환경적이고, 반사회적인 기업 영풍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최상류에서의 위법 행위를 봐줄 수 없다. 범죄행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조업정지 2개월이 아니라 영원히 조업을 정지시켜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토록 파렴치한 기업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 영풍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에서 떠나라! 지금까지 낙동강과 주변 산천, 토양, 주민건강에 대한 책임을 지고 떠날 것을 촉구한다! 범죄기업의 악행을 끊기 위해 정부는 책임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그것이 정부와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2024년 8월 12일)
영풍제련소주변환경오염및주민건강공동대책위원회 / 환경보건시민센터 / 환경운동연합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