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행동,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18차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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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 연대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한 집단학살이 9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2일 이스라엘군이 라파 서부의 난민촌을 공습하는 등 텐트뿐인 난민촌 일대에 반복적인 폭격을 실시하는 가운데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인도주의 시설과 민간인에 대한 공격 중단을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어떠한 이유든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중대한 국제법 위반 행위입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긴급명령,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채 공습만 강행하는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지난 10월 7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사망한 가자지구 주민만 최소 3만7천명 이상이며, 부상자는 8만5천명이 넘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6월 18일(현지시간)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네탸냐후 총리가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불사’를 언급하며 중동 확전 위기는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전면전이 발생한다면 전 지구적 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6월 29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18차 집회를 개최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정당인 등의 발언과 공연에 이어 300여명의 국내외 시민들과 함께 도심 행진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을 지나며 “이스라엘은 집단학살 중단하라”, “즉각 휴전 촉구한다”,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등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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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총알, 폭탄, 그리고 굶주림, 죽음의 행렬을 멈추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지금 당장 집단학살과 확전 시도를 멈춰라
6월이 끝나간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도 이제 9개월차를 눈 앞에 두고 있다. 9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3만7천여명이 살해당했고, 8만6천여명이 공습과 점령, 그리고 집단학살 과정에서 부상당했다. 이 수치는 1만명에 달하는 실종자들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기에, 실질적인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현재 지구상에서 난민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바로 가자지구이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난민은 200만명에 육박하며, 이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85%를 차지한다. 이들이 사는 난민 캠프는 기초적 인프라의 파괴와 이스라엘 점령 당국의 구호물품 반입 차단으로 인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조차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 5명 중 1명 이상이 하루에 한 끼도 먹지 못하는 등 재앙적 식량난이 가자지구를 덮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그러한 난민 캠프조차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폭격과 지상군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5월 26일의 라파 난민촌 공습, 6월 8일의 누세이라트 난민촌 공격에 이어, 이스라엘군은 지난 21일 가자지구의 국제적십자사 사무실을 포격하여 스물다섯 명이 넘는 사람들을 살해했다. 불과 하루 뒤인 22일에는 가자 지구 북부의 난민 캠프 두 곳을 공습하여 40명 가량의 사람들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은 점점 고삐가 풀린 듯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7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시내각을 해체했다. ‘질서정연하게 침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베니 간츠가 7일 전시내각을 사퇴하며, 극우파만 남은 전시내각이 그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27일 밤부터 가자지구 중부에 다시금 대대적인 군사력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가자지구 철군을 요구하고 있는 헤즈볼라의 공격을 핑계로 레바논을 포격, 공습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레바논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며 확전을 겁박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긴장 고조를 극도로 우려”한다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에 공급한 안보 지원 총액이 65억 달러, 한국 돈으로 약 7조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최근 공개됐다. 이 중 절반 가량인 30억 달러가 라파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지난달에 지원됐다고 한다.
이스라엘 점령당국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이후”를 준비하겠다고 한다. 인종청소가 진행된 가자지구를 관리할 주체로서 하마스를 대체할 세력을 만드는 것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가자지구의 자치정부에서 하마스를 축출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주인은 이스라엘도 미국도 아닌 팔레스타인인들이며, 가자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있다. “현지 세력의 자치”를 말하면서도, 누가 가자지구를 관리할지는 자신들이 결정하겠다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태도는 기만일 뿐이다.
6월이 끝나간다.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류 공동체의 동포들이 집단학살과 인종청소에 스러져가는 것을 본 우리들은 스스로의 자긍심만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피가 묻은 손으로 무지개 깃발을 드는 학살자들을 보며 분노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자긍심 행진을 핑계 삼아, 이스라엘의 ‘도덕적’, ‘인권적’ 우위를 말하는 이들에게 단호히 화답한다. 바로 지금, 우리가 모여 있는 이 곳이 가자의 자긍심 행진이며, 팔레스타인의 스톤월이다.
우리의 해방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서로 연대하여 집단학살을 끝낼 것이며,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통해 우리 모두를 해방할 것이다. 총알과 폭탄, 그리고 굶주림으로 인한 죽음의 행렬을 이제는 끝내야만 한다. 이에 우리는 이렇게 외친다.
이스라엘은 지금 당장 집단학살 중단하라!
미국도 주범이다! 학살지원 중단하라!
기아도 학살이다! 가자 봉쇄 중단하라!
이스라엘은 지금 당장 확전 시도 멈춰라!
팔레스타인의 주인은 팔레스타인 민중이다!
(2024년 6월 29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200개 단체 / 6월 29일 기준)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