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개 재난·참사 피해자 단체와 종교·노동·시민사회 참여 본격 활동 들어가
▲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이하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 동행) 발족식이 열렸다. [이영일 기자] |
"이 법안은 오랜 세월 동안 거듭된 죽음과 절망을 통과해온 시련의 산물이며 고통의 아우성입니다. 그리고 생명이 존중되고, 생명이 침해받지 않는 미래의 설계도입니다. 이것은 실현 가능한 희망입니다. 이 법안이 훌륭하게 입법될 수 있도록 여러 의원님들과 사회 각계의 선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이하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 동행) 발족식이 열렸다. 생명안전권리선언도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김훈 작가는 “생명안전기본법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며 국회와 시민, 시민사회의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 발족식에는 대구 지하철참사, 스텔라데이지 참사,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태원 참사, 삼풍백화점 생존자, 한익스프레스 참사 가족, 고 이한빛 PD어머니, 경동건설 산재가족, 고교실습생 산재가족, 어린이 교통안전 피해가족 등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각계 재난·산재·참사 피해자, 장애인, 시민, 종교인, 사회활동가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누구나 안전한 나라로 만들기 위한 국가의 책무 명시, 위험에 대한 알권리 보장, 피해자 인권 및 권리보장, 독립조사기구 설치, 안전영향평가제도, 추모와 공동체 회복, 피해자 모욕 금지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 있다.
▲ 발족식 참가자들이 진행에 앞서 지금까지 재난 및 사회적 참사로 숨진 분들을 기리며 모두 묵념을 올렸다. [이영일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억울한 희생을 막는다는 취지로 이 법의 논의가 시작됐고 재난 참사로 고통을 겪었던 피해자들과 그 피해회복을 위해 함께 해왔던 법률가들, 활동가들이 숙의한 결과 지난 2020년 11월 13일 국회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존재하지만 이 법뿐 아니라 관련된 안전관련 법령들이 주로 안전과 재난관리를 위한 행정체계와 기능을 주로 규정하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발족식 참가자들은 진행에 앞서 지금까지 재난 및 사회적 참사로 숨진 분들을 기리며 모두 묵념을 올렸다.
▲ 시민 동행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훈 작가는 “참사는 저절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 아니다. 생명 안전에 대한, 생명에 대한 안전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주체적인 권리다"라고 말했다. [이영일 기자] |
시민 동행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훈 작가는 “이태원 참사 때 용산구청장이 사람이 모이는 것을 두고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세월이 좀 지나니 정부의 기본 인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이 스스로 각자 제 발로 걸어 들어와서 놀다가 생긴 현상이니 정부는 원천적인 책임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런 참사가 수십년동안 계속되니 감수성이 마비돼서 정부가 이 재난을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그러고보니 용산구청장이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고 자기 내면의 진실을 솔직히 한 말 같다. 하지만 참사는 저절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 아니다. 생명 안전에 대한, 생명에 대한 안전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주체적인 권리로서의 요구다“라며 국회의원들과 시민들게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생명안전기본법 통과에 모두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영일 기자] |
태안화력발전소 산업재해로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수많은 참사들을 겪으며 정부 차원에서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지금까지 제대로 된 안전기구가 하나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사고로 이해하기 어렵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알아서 해준 적이 거의 없었음을 이제야 너무 늦게 깨달았다”며 “모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생명안전기본법 통과에 모두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광명YMCA볍씨학교에 다니는 김해찬 어린이는 “세월호 참사때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어른들은 학생들과 탑승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서로에게 양보하는 상황에서 세월호 선장은 신분을 감추고 혼자 살겠다고 무책임하게 도망쳤습니다. 안내 방송을 제대로 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된다면 세월호 참사 같은 안전사고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 광명YMCA볍씨학교에 다니는 김해찬 어린이와 조승희 어린이가 발표하고 있다. [이영일 기자] |
광명YMCA볍씨학교에 다니는 조승희 어린이는 “저는 민식이법을 최근에 알았는데 은주운전 스쿨존 사고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음주운전 처벌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합니다. 음주운전 단속을 더 자주 하고 법 처벌도 강화했으면 합니다. 안전펜스를 의무화하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스쿨존을 500m로 확장하는 것이 생겨나길 기대해 봅니다”라며 생명안전기본법이 꼭 제정되길 바란다고 해 역시 박수를 받았다.
이영일 기자 ngo2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