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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와 함께 살기

기사승인 2023.05.10  22: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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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물떼새

전세계의 조류 종은 대략 1만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한국에 서식하는 조류는 530여종이다. 한국의 조류 중 사계절 내내 우리나라에서 사는 텃새가 대략 20퍼센트인 데 비해 다른 나라까지 오고 가는 국제적인 이동철새는 80퍼센트가 넘는다. 계절에 따라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새, 즉 겨울철새와 여름철새, 봄‧가을철새(나그네새)가 훨씬 많다는 뜻이며, 텃새라 하더라도 계절에 따라 국내에서 수십,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봄철과 가을철에 주로 관찰되는 새 중에는 도요물떼새가 있다. 한국에 서식하는 도요물떼새는 62종으로, 겨울과 여름에 관찰되는 종도 있지만 대부분이 3월 중순부터 5월 하순 사이에 관찰된다. 산과 들에 봄꽃이 피어나는 즈음 갯벌에는 도요물떼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나라 갯벌에서 관찰되는 도요물떼새는 50만여마리로 추정된다.

이 도요물떼새 대부분은 뉴질랜드, 호주, 동남아시아에서 월동기(비번식기)를 지내고 러시아와 중국 동북부, 미국 알래스카를 번식지로 이용하는 새들이다. 이들은 봄철과 가을철에 비번식지와 번식지를 왕래하는 도중 먹이를 먹고 쉬었다 가기 위한 중간기착지로서 우리나라 갯벌을 이용한다.

도요물떼새들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이동해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같은 개체가 매년 한국 갯벌에 도래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도요물떼새들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연구자들이 새의 다리에 링을 부착하거나 글씨가 새겨진 유색가락지를 부착해 연구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해 새의 다리에 부착하는 ‘지오로케이터’(geolocater)나 꼬리와 등에 매다는 위치추적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내가 2012년 봄철부터 2022년 가을철까지 11년 동안 금강하구의 서천갯벌과 군산갯벌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갯벌에서 가락지를 부착한 도요물떼새를 조사한 결과, 종수는 17종에 전체 개체수는 888마리였다. 올해도 3월 2일부터 5월 7일까지 28일 동안 금강하구의 서천갯벌과 군산갯벌에서 조사해보니 유색가락지와 링을 부착한 도요물떼새가 259마리였다.

예전에 관찰되었던 개체가 올해도 또다시 관찰된 것이 여러마리 있었는데, 이 중에서 서천군 마서면 월포리 앞 갯벌에서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큰뒷부리도요(W4BBRW)를 다시 관찰(2023.4.2. 오후 4:38)한 일이 특별했다. 이 큰뒷부리도요는 2020~22년 봄에 이어서 올해도 어김없이 금강하구의 서천갯벌을 찾아와 갯지렁이를 찾아 먹으며 먹이활동을 했다. 4년 연속으로 건강한 모습을 직접 확인하게 되니 아주 반가웠다.

이 큰뒷부리도요는 뉴질랜드 북섬에 위치한 ‘푸꼬로꼬로 미란다 도요물떼새 센터’(Pukorokoro Miranda Shorebird Centre)가 푸꼬로꼬로 미란다갯벌에서 붙잡아 위치추적기와 가락지를 부착한 새이다. 이 새의 이전 이동경로를 보면 경이롭다. 뉴질랜드에서 우리나라로 북상할 때 8일 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평균 시속 60킬로미터로 날아왔고, 금강하구 갯벌에서 40일가량 머물렀다.

그뒤엔 번식을 위해 5일 동안 날아 미국 알래스카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넉달 가까이 머물렀다. 아마도 알래스카에서 알을 낳아 새끼를 키웠을 것이다. 다시 9월 초순에 9일 동안 쉬지 않고 태평양을 가로질러 비행해 비번식지인 뉴질랜드의 미란다갯벌에 도착했다.

이렇게 뉴질랜드-한국-알래스카-다시 뉴질랜드를 오간 1년 동안의 총 이동거리가 2만 9천 킬로미터 이상이다. 큰뒷부리도요는 3년생부터 번식할 수 있다. 태어나서 남하하는 첫해를 제외하고 3년생부터는 번식지까지 왕래하며 장거리비행을 하는데 평균 수명이 20년 정도이니, 17년 동안 이동거리는 49만 킬로미터 이상이라고 계산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약 40만 킬로미터)보다 더 먼 거리를 평생 동안 날아서 이동한다는 것이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고도 대단한 비행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도요물떼새의 종별 개체수가 매년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요물떼새 중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 13종인데, 심각한 위급종(CR)인 넓적부리도요 1종, 위기종(EN)인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 청다리도요사촌 3종, 준위협종(NT)인 검은머리물떼새 마도요 큰뒷부리도요 흑꼬리도요 붉은가슴도요 붉은갯도요 좀도요 노랑발도요 댕기물떼새 9종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도요물떼새는 넓적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 청다리도요사촌 검은머리물떼새 큰뒷부리도요 6종이다.

이같이 도요물떼새가 급격히 감소하는 주원인은 먹이터인 갯벌과 주변의 휴식지가 간척과 매립 등 개발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굿둑 건설로 인해 강과 하천을 따라 갯벌과 바다로 유입되는 토사가 줄어들고 영양염류와 유기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려오지 않아 갯벌의 퇴적물이 모래갯벌에서 펄갯벌로 바뀌는가 하면 조개와 갯지렁이 등 저서생물이 줄어들기도 했다.

또한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의 온배수 방류, 각종 해양쓰레기와 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갯벌과 바다생태계가 파괴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최근에는 도요물떼새의 이동경로상에 해상풍력발전 단지가 무분별하게 들어서거나 부산 가덕도 신공항과 새만금 신공항, 제주 제2공항 등 공항건설이 계획되고 있어 조류 충돌사고가 발생하거나 조류 이동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바다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것도 갯벌 생태계를 파괴하고 조류를 위협하는 한 원인이다.

5월 13일은 세계 철새의 날이다. 수많은 철새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서식지와 이동경로가 보호되어야 한다. 철새들은 어느 한 시기에만 관찰되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관심과 보전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러 나라를 이동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새들과 서식지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안도 적극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의 인식전환과 적극적인 이행을 기대해본다.

주용기 전북대학교 연구원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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