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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개악 당장 중단을”

기사승인 2023.01.30  23: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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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피해자, 시민사회 “법안 시행 1년, 무용론은 답이 아니다”

“법안 시행 1년, 무용론은 답이 아닙니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날씨가 매섭게 춥다. 27일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산업재해와 재난 참사 피해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면서 사람의 생명이 기업의 이윤보다 소중하다는 상식을 회복하고자 했다. 한 해 2,000명이 일터에서 사망하고, 가습기살균제피해 등 기업에 의한 시민들의 죽음이 지속되는 현실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꿀 수 없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10만명의 시민들이 국회입법동의청원에 나서고, 더 많은 시민들이 산재피해 유가족들의 단식을 응원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그러나 아직 기업의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든 목적은 위험과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관리에 힘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업들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에 투자하기보다 중대재해 처벌을 피하는 법률비용을 더 많이 쓰고 있다. 16명의 노동자를 유해화학물질 독성중독에 빠뜨린 두성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심판제정을 하여 책임을 면하려고 시도한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에 있는 경영자 처벌을 완화하라고 요구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기업의 자율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금 기업의 행태가 증명하고 있다.

정부는 더 심각하다. 윤석열 정부는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자신의 책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태원에서 159명의 목숨이 사라졌는데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전체 중대재해 발생 519건 중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것은 31건, 그중 7건만 기소됐다. 전체 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 자율 규제’로 중대재해를 감축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재벌대기업과 경총 등이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에 대한 규제이므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만들고 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이 정부는 여전히 사람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을 앞세운다.

게다가 일부 보수 언론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되도록 중대재해가 줄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을 퍼뜨린다. 중대재해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시도하는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 법이 즉각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계기로 안전관리가 개선된 것이 확인되고 있다. 보수 언론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명확성이나 책임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전담조직과 예산·인력 배정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너무나 당연한 기업인의 의무이며, 기업의 의무는 법원 판결에 의해 더욱 구체화될 것이다.

시민사회는 실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 보수언론은 변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노동자와 시민들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 포항공장 유가족들이 그러했듯이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작업자 잘못’이라고 하는 말에 의문을 제기하고 싸운다. 노동조합은 생명과 안전의 중요성을 느끼고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노동자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민들은 파리바게뜨에서 소스를 만들던 노동자가 사망한 후 불매운동으로 회사에 경고했듯이 중대재해로 피해를 당한 이들을 위로하고 함께 대응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한 사회로 변화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아 시민사회는, 이 법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개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태원참사 등 시민재해에서 포괄하지 못했던 재난이 중대재해에 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안 제정 과정에서 ‘공무원 처벌’이 삭제됐다. 중대재해에 책임 있는 공무원들의 처벌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이 법안의 개정을 위해서 노력할 뿐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악하여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면책하거나 행정처벌로 바꾸려는 시도에 맞서 노동자와 함께 싸울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에 요구한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당장 중단하십시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고 제대로 기소하고 처벌하십시오. △작은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제대로 구축될 수 있도록 제대로 지원하십시오. △이태원참사 등 시민재해에 책임이 있는 고위 공무원을 즉각 해임하십시오.

▲시민들에게도 요청한다

△생명과 안전을 우습게 여기는 기업은 존재가치가 없다는 여론을 모아주십시오.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막고 제대로 개정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힘을 모아주십시오. △중대재해로 고통 받는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주십시오. △시민들이 생명·안전에 대한 감시의 주체가 되어 주십시오.

산재·재난 유가족·피해자,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우리 사회가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을 지키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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