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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에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을 맞아 연설을 했다. 일제강점기 우리글과 말을 잃고 이름까지 잃은 가운데 일제로부터 해방이 된 날이 광복절이다. 간악한 일제가 이 땅을 점령 식민지화함에 이 나라 백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중일전쟁에 이어 미국에 도발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더니 내선일체 어쩌구 하며 이 땅의 건장한 누구든 징용, 징병으로 끌고 갔고, 조선 처녀들을 정신대니 위안부로 끌어넣은 게 일본이다.
이런 일제로부터 해방인 이날은 역대 어느 대통령이든 이 치욕의 역사를 상기하며, 때론 일제의 과거사에 대해 꾸짖기도 하고, 저들의 침략 야욕에 국민을 위안하는 든든한 대통령으로서 연설을 하곤 했다. 그러했기에 우리 국민은 8.15 경축사를 귀를 열며 들으려 했고, 그와 함께 대통령의 그 연설에 일체감을 보이곤 했다.
그런데 올해 광복절 대통령의 연설은 도대체 뭔 소릴 한 건지 모르겠다. 흡사 나의 학창시절 반공웅변대회 때나 하는 원고나 다름 없었다. 알맹이가 없다. 자유, 또 자유를 33번 외치는 그런 연설이지 그 이상을 아무리 찾으려 해도 없다. 있는 건 북한을 향해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것 뿐.
비핵화하면 대규모 식량지원,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교역을 위해 항만·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이루어주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어처구니없는 연설은 일본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이다.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다.” 식민지 상태에서 지배당했는데, 정치적 지배를 당했다는 이 연설에 대통령은 이 나라 국민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나라 잃은 수난을 당한 역사인데 이런 식의 역사인식인지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예전 친일파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려 기를 쓰는 이런 연설을 8.15 경축사라며 내놓으니 절로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어떻게 역사의식이 거의 없는 저렇게 없을까.
일제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은 목숨을 걸고 길고 긴 저항을 했다. 세계사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우리의 독립운동사는 치열했고 끈질겼다. 그러했는데 이런 하나마나한 소리와 일본에게 저자세인 윤석열 대통령, 과연 우리나라 대통령인가 하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축사를 대하니 또 이 나라 국민인 게 부끄럽다. 특히 일본은 전혀 반성 않는데 대통령은 위안부 등 언급 없이 힘을 합쳐야 한단다. 기뻐야 할 광복절날에 서글픔이 쉬이 밀려온다.
양병철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