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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품은 바다의 우주-갯벌

기사승인 2021.09.05  16: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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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병(文明病)의 인류 위무(慰撫)하고 치유 단서될 것”

유네스코 유산 갯벌은 이렇게 읽어야 제 맛 난다

바다는 다 그런 줄 알았다. 얕은 파도 위 점점이 앉은 섬, 그 사이 잿빛 뻘밭, 배릿한 해초 내음, 갈매기 끼륵끼륵... 엉성한 짚풀 횃불 들고 어울려 게도 잡았다. 남녘 다도해였다.

나주문화원장을 지낸 고 박준영 선생이 “저 엄니 바다가 치마폭 펴서 우리 멕이는 거여.”라고 해서 바다냄새 떠올렸다. 소금과 젓갈 얘기였다. 남도밥상의 개미는 절반이 저 뻘밭에서 온다고 했다. 그는 치열하게 음식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오묘한, 개미진 깊은 맛이 ‘개미’다.

▲ 갱번과 갯사람들의 호흡, 마침내 인류 보물이 됐다. 갯벌의 뜻은 자연과학적 분석과 안목을 넘는다. 故 박준영 선생(가운데)은 나주 축제 음식책임자였던 어머니에 이어 남도밥상의 개미를 지켰다. (나주시)

문화재학자 김희태 선생에게서 몇 해 전 서남해안 갯벌의 뜻을 배웠다. 함께 나서서 저 바다의 덕(德)을 살려내자며 재촉하는 바람에 무식을 면한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향한 노력 중의 한 대목이겠다. 헌신한 여러분을 축하한다. 인류에게도 기쁜 일이다.

지리적 생태적 의의와 수치들, 발표된 자료를 새겨봤다. ‘하늘의 선물’을 제대로 아는 것은 중요하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철새 등 생명의 보루다. 흙탕 같은 바닷물 들락거리는 저 습지에서 2,150종 동식물이 산다. 8,000년 쌓인 뻘 두께가 40m나 되는 곳도 있다.

5대 갯벌 중 하나인 독일의 북해연안, 새는 날았으되 맨발 푹푹 빠지는, 짱뚱어 낙지네 터전이 아니었다. 뛰어도 신발이 안 젖었다. 갯지렁이 깊이 파고드는 숨 쉬는 갯벌이 아니었다.

어릴 적 그 잿빛 뻘밭, 그 ‘엄니(어머니) 바다’의 핵심인 갯벌은, 육지도 바다도 아닌 또 다른 우주였던 것이다. 세계 유수 갯벌들에서도 볼 수 없는, 공룡도 살았던 생명력의 습지다.

그런데, 그 ‘세계적 보물’과 우리는 어떤 관계지? 왜 우리는 이 일을 ‘쾌거’라며 좋아할까. 막말로, 니가 잘 난 게 아니잖아, 니네 바다와 갯벌이 그렇게 좋다는 거지... 초점을 제대로 맞춰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보배로운 그 갯벌을 우리는 학대하지 않았다. 까마득한 선조로부터 오늘까지, 자연의 숨결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래서 생명의 터전으로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섭리에 맞게 살겠다는 약속이다. 이것이 갯벌의 유네스코 등재가 기쁜 진정한 의의(意義)일 터다.

채취(採取)는 손으로 캐거나 따는 것이다. 호미로 캐고, 줄 하나 낚시로 홀치고, 손 박아 집어내는 채취 수준의 전통 어획 방식을 지켜온 까닭이다. 뻘 속 유기물, 물새와 철새, 조개 캐는 아짐과 낙자꾼(낙지잡이)까지 갯벌을 이루는 존재들의 삶과 역학(力學)이 균형을 이뤄왔다.

약탈이 아닌, 자연과 공생하는 방법론에 대한 우리의 통찰이 값지다. 그 신념과 미래 지향의 영속성(永續性), 지속가능성에 대한 유네스코의 평가가 아름답다. 등재추진단이 제작한 영상 ‘한국의 갯벌’은 반(反)자연의 개발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각오로도 읽힌다.

갯벌서 진화한 뻘낙지와 보통 바다 낙지, 맛 차이를 아는가? 이쯤 돼야 맛을 안다고 한다. 곰소 강화 강경 젓갈시장에서도 남서해안 뻘밭 산(産)이 최고다. 뻘 따라 맛도 달라 순천만과 무안 짱뚱어 맛이 다르다. 특별하고 탁월한 재료, 프랑스 중국 요리가 못 따라올 포인트다.

향토문화학자 김정호 선생은 이 오묘한 맛의 차이가 문명병(文明病)의 인류를 위무(慰撫)하고 치유하는 단서가 되리라 가르친다. 다만 세상이 겸손하지 못해 손에 쥐고도 모른다는 것이다.

바닷물 들고 나는 갱번(뻘밭)에서 사람과 그 사람의 영혼들이 어울리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아내는 민속학자 이윤선 선생과 한국 섬 아름다운 뜻 구석구석을 떠내는 해양사회학자 김준 선생의 시야(視野)는 그 구체적 증거다. 유네스코의 마음을 흔든 신념들이다.

재료의 순일(純一)함만으로 개미는 이뤄지지 않는다. 순박하고 후덕한 마음으로 빚었으니 그 개미가 보람과 자랑이 되었다. 세계지도에서 유독 오똑한 갯벌을 요리해온 인정(人情)의 개가다. 박나래 좋아하는 낙지호롱과 탕탕이가 곧 세계의 별미가 되리니, 이 또한 축하할 일이다.

토/막/새/김

갯벌 유네스코 등재의 참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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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수재(水災) 화마(火魔) 폭염 가뭄 한파(寒波) 따위, 복합재앙의 시대다. 인류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워싱턴의 바이든 대통령부터 모가디슈의 군벌(軍閥)들까지 세상 모두를 목 조르는 자연의 역습이다. 서로 연결된 저 제목들은 복합적으로 풀어야 하는 긴급 과제다.

트럼프 분탕질로 미국은 ‘퍼스트’가 됐겠지만, 이 ‘지옥의 서막’을 풀어낼 어진 금도(襟度)는 없어 보인다. 지들만 주사 세 방씩 맞는단다. 이스라엘도...

‘섭씨 1.5도’가 지옥의 출발선이란다. 넘으면 안 될 저 숫자에 예상보다 일찍 도달한단다. 정치가 과학자 기업가들의 꾀를 당장 합쳐도 ‘이미 늦었다’고 소녀 툰베리 혼자 외친다.

갯벌과 갯사람들의 오랜 소통은 이 절망을 늦추거나 아픔 덜어줄 슬기가 아닐지.

강상헌 논설주간/우리글진흥원 고문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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