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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해가 뜨지 않겠냐..."

기사승인 2019.09.23  17: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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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성원전 이주대책위 농성 5년…경주 나아리 ‘방문의 날’ 행사

월성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이 이주를 요구하며, 들어가 시작한 천막농성이 5년을 맞아 기념하는 행사가 지난 21일 열렸다.

▲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전 앞 농성장에서 이주대책위 농성 5년을 맞아,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주민들은 원전 앞에서 살면서 몸속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계속 검출되고 갑상선암이 발병하는 등 고통을 호소해 왔다. 주민들은 원전과 너무나 가깝게 살고 있어 방사능 피폭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민들의 피폭은 기준이하이며, 이주를 시켜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였지만 월성원전 홍보관 앞 농성장은 오랜만에 북적거렸다. 경주시내와 울산, 포항 등 인근지역은 물론 대전과 서울 등에서 함께 해온 단체와 시민들이 주민들을 찾았다. 그동안 이주대책위 주민들이 싸워온 날들을 돌아보고 음식을 나눴다.

김진일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 위원장은 “안심하고 걱정없이 살고 싶다며 시작한 농성이 벌써 강산도 절반은 변했을 5년이 지났다”며 회고했다. 김 위원장은 “한수원에서 계속 본체만체하고 있지만, 각지에서 그래도 도와주고 해서 힘이 난다”고 말하고 “언젠가는 밝은 세상이 오리라 생각하고, 반드시 후손들은 이런 곳에서 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짐했다.

함께 행사를 준비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의 임영상 공동대표는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을 보고나니 느끼는 게 많다며, “사고나 위험을 은폐하려는 사람들은 항상 ‘그럴 리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 하며 과학이라는 종교를 맹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 공동대표는 또 “초등학생들도 아는 상식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뒤 “화장실이 없는 아파트에 핵폐기물 임시저장소를 더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주대책위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 4월 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한 ‘임길진환경상’ 제7회 수상자로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가 선정된 일도 다시 한 번 축하를 나누는 자리도 가졌다.

이와 함께 월성원전 앞 주민들의 투쟁을 다룬 다큐영화 ‘월성’의 예고편도 함께 감상했다. ‘월성’을 만들고 있는 뉴스타파 남태제 감독은 11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음을 알렸다. 남 감독은 “지난 5년 간 이주운동과 탈핵운동을 펼쳐온 나아리 황분희씨와 그 이웃들이 격어야 했던 이야기를 담았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 이주대책위원회 김진일 위원장(중앙), 황분희 부위원장이 지난 4월 수상한 '임길진환경상'을 들고 있다.

나아리 주민들은 원전으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이주해서 살기를 희망하지만, 자력으로는 이주할 방안이 없다. 원전 앞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인근 주민의 이주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발전소주변지역 지원 법률’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산업부도 ‘발전소 인근지역 주민 집단이주제도의 타당성 고찰 및 합리적 제도개선 방안연구’ 최종 보고서(2016.1.31.)에서 ‘최인접마을을 (가칭)간접제한구역으로 지정하여 완충지역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얘기했지만 추진이 안되고 있다.

이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원전지역 주민들에게 언제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강요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한수원과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빨리 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강상헌 기자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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