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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민생의 촛불을!

기사승인 2017.11.16  1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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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시작된 촛불을 상징하는 핵심 문구를 꼽으라면 ‘나라다운 나라’이지 않을까. 촛불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집 제목도 ‘나라를 나라답게’이다. 촛불시민의 열망을 잘 담은 구호이다.

‘나라다운 나라’는 시민주권이 구현되는 민주주의 국가이면서 모든 시민이 골고루 먹고사는 민생국가다. 이처럼 촛불은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계기로 시작되었지만 오랫동안 참고 또 참아 왔던 민생을 향한 열망이기도 했다.

인간다운 삶을 향한 목마름

사실 ‘민생 촛불’은 그 이전부터 타올랐다. 2008년 봄, 이명박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자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미친 쇠고기를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다!’ 촛불은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의료민영화 반대, 교육공공성 강화 등 사회적 의제를 내세우더니 끝내 마음속에 두었던 소망을 꺼내고 말았다. “함께 살자, 대한민국!”. 이는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풀뿌리 시민들이 바라는 세상, 이제 막 커가는 아이들에게 넘겨주고 싶은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당시는 IMF금융위기를 맞고 10년이 지난 때였다. 시민들은 IMF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더욱 험해진 대한민국을 경험했다. 노동자를 한 가족이라 말했던 회사가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가차 없이 구조조정했다. 어찌된 일인지 한번 정규 직장에서 밀려 나오면 다시 그 자리에 가지 못하고 주변 일자리에서 맴돌아야 했다. 힘차게 인생의 첫걸음을 내디뎌야할 청년들은 알바를 전전하거나 공무원시험으로 몰려갔다. 부모의 지위가 자식의 교육에 그대로 대물림되며 계층 간 양극화도 심화되었다. 이 예상하지 못했던 세상에 당혹해하던 시민들이 광우병 쇠고기를 계기로 말문을 열었다. ‘함께 살자, 대한민국!’.

거의 10년이 흐른 작년 이맘때, 다시 촛불이 타올랐다.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은 막았지만 세상살이는 그대로였다. 아니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어두워졌다. ‘헬조선’ 담론이 공공연하게 회자되었다. 이는 헌법이 약속한 세상이 아니다. 헌법 전문은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명하고, 제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1항),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2항)라고 선언한다.

그렇다. 헌법에 명시한 대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헌법을 지키자!’는 촛불의 요구에는 대통령의 국정농단뿐 아니라 헌법에 담긴 민생 권리를 향한 목마름이 담겨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시민에게 민생은 시장에서 얻는 시장임금과 국가를 통해 얻는 사회임금으로 꾸려진다. 시장임금은 기업으로부터 받는 임금이나 가게를 운영해 버는 수입을 의미한다. 시장임금이 괜찮으려면 일자리가 안정적이어야 하고 저임금노동을 개선해야 한다. 자영업을 해도 생계를 꾸릴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만들기, 공정거래 관계의 확립, 최저임금 인상 등은 모두 시장임금의 안정화를 위한 조치들이다. 한편 사회임금은 사회로부터 얻는 민생수단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향한 정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미 문재인케어,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등이 발표되었다.

이제야말로 튼튼한 살림살이를

이같은 정책만으로 정말 촛불시민이 염원하는 평안한 민생을 이룰 수 있을까? 이를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촛불시민은 무엇을 해야 할까? 두가지를 강조하려 한다.

하나는 당사자 주체의 성장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고 공정거래 구축을 위해 나서더라도 향후 이러한 기반이 튼튼하려면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같은 조직에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산업별 노동조합의 법적 토대도 강화돼야 한다. 이를 통해 헌법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는’ 민생이 구현돼야, 살림살이가 튼튼한 그리고 주체가 있는 민주주의도 완성될 수 있다. 민생이 곧 민주주의인 이유이다.

또 하나는 재정 확충이다. 복지 확대는 강한 재정을 요청한다. 올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GDP 19%대로 OECD 평균인 25%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금액으로 치면 연 100조원의 격차다. 그런데도 문재인정부가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임기 말 목표가 19.9%다. 복지국가를 주창하면서 조세부담률 20%를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꼴이다. 근래 초과세수가 걷힌다지만 이것에만 의존하는 건 곤란하다. 복지가 제도 변화를 통해 확대되는 만큼 재정도 조세제도를 통해 뒷받침돼야 한다.

촛불을 계속 켜자. 이젠 광장을 넘어 우리 일터에서, 생활공간에서 늘 촛불을 밝혀야 한다. 불안정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 복지국가를 위해 시민들이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자고 이야기하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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