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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통합 프로젝트의 실패인가?

기사승인 2017.04.26  14: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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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민족주의 1] 배타적/인종적 민족주의 확산

20세기 파괴적인 전쟁을 두차례나 경험했던 유럽인들은 통합된 유럽이 배타적/인종적 민족주의를 제어함으로써 향후 민족국가들간의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갈등과 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경과 민족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역통합의 흐름속에서 전통적 민족국가들의 필요성에 대한 감소가 민족주의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통합유럽의 다(多)정체성을 강조하는 유럽통합이 심화될수록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는 배타적/인종적 민족주의가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유럽연합 28개국 민족주의 정당 현황

즉, 지역통합으로 인한 노동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국경과 민족의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민족주의가 사라질 것이라던 칼 막스나 유럽연합의 창시자들의 예측은 어긋났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통합과 민족주의간의 정비례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말도 아니다. 필자가 지난 12월 미국 알라배마 주립대학교에 제출한 박사논문에서 유럽연합 28개 회원국에서 영향력 있는 모든 민족주의 정당들의 지지율 추이를 통해 지역통합과 민족주의 정당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둘 사이에 특정한 양이나 음의 관계가 존재하기 보다는 민족주의 정당들이 뛰어난 적응력과 유연성을 가지고 유럽통합이라는 사회 정치적 변화에 다양한 형태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EU회원국 민족주의 정당 지지율 분석

▲ 유럽연합 28개국 민족주의 정당들 지지율 변화 추이

지난 30여년 동안 유럽연합 28개 회원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족주의 정당 지지율의 총합을 개별 국가별로 추산해보면, 민족주의 정당들에 대한 지지율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국가들(그리스, 덴마크, 독일,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웨덴,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에스토니아,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헝가리)도 있고,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국가들(룩셈부르크, 몰타, 스페인,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도 있고,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보이는 국가들(네덜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사이프러스, 체코)도 있는 반면, 민족주의 정당의 영향력이 거의 없는 국가(포르투갈)도 있다. 대체로 서유럽 국가에서 활동하는 민족주의 정당들에 대한 지지율이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모든 서유럽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동유럽 국가들에서 활동하는 민족주의 정당들에 대한 지지율의 변화 추이 역시 개별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유럽통합이 심화될수록 일부 유럽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배타적/인종적 민족주의의 확산 현상을 전체 유럽 국가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럽통합에 대한 민족주의 정당의 대응

정당은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데, 총 득표수에 우선 순위를 두는 득표추구(vote-seeking)정당이 있는가 하면, 집권에 우선 순위를 두는 집권추구(office-seeking)정당도 있고, 정책 목표에 우선 순위를 두는 정책추구(policy-seeking)정당도 있다. 이렇게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정당의 전략들은 주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바뀌기도 하는데, 선거 봉쇄조항 (threshold)으로 인해 해체 위기에 놓인 정책추구정당들이 생존을 위해 득표추구로 전략을 수정하기도 하고, 거대정당들이 부패스캔들로 모두 해산되면서 집권의 가능성이 높아진 소수야당들이 영향력 확대나 집권을 위해 득표나 집권추구의 전략을 취하기도 하고, 1당의 가능성이 없는 야당들이 집권이나 정책추구를 위해 연정(coalition)에 합의하기도 하고, 집권을 위해 정책을 수정했던 집권추구정당들이 열성 지지자들의 반대로 인해 다시 정책추구로 전략을 수정하기도 한다. 민족주의 정당들도 이런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일괄적으로 동일한 전략을 추구하기 보다는 개별정당의 특징과 목적, 또 속해 있는 국가의 정치시스템, 정당들간의 경쟁구도, 그리고 국가가 처해있는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필자가 위에 언급한 박사논문에서 다수준모형(Multilevel Modeling)을 사용하여 유럽통합에 대한 민족주의 정당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해 분석을 한 결과를 보면, 정당의 이념, 이념 극단성, 정당의 종류, 정당의 크기, 정당의 집권여부와 같은 개별 정당 수준의 변수들 뿐만 아니라, 정당이 속해 있는 정치시스템의 파벌성과 양극화 정도, EU 가입기간, GDP, EU 보조금, 국민여론과 같은 국가수준의 변수들 역시 복합적으로 유럽통합에 대한 민족주의 정당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연구는 전국적 규모로 활동하고 있는 민족주의 정당들과 영국,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분리독립이나 자치권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지역적 민족주의 정당들의 태도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보였다.  

요약하자면, 유럽통합에 대해 민족주의 정당들은 늘 일관적으로 동일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목적과 특징 그리고 속해 있는 국가의 상황에 따라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하는 등 전략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일부 유럽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민족주의의 확산을 가지고 유럽통합의 부정적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배타적/인종적 민족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지난 60여년간 국가 이익을 위해 유럽통합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던 것 또한 전략적이고 유연한 민족주의였기 때문에, 향후 유럽연합이 국가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의 유인을 제공한다면, 민족주의는 이에 대한 응답으로 유럽통합의 심화에 용이한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수미 woosumi@hotmail.com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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