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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비만과의 전쟁 중

기사승인 2015.05.24  0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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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34%가 비만질병…사회·경제·문화적 환경변화 큰 요인

인류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 비만

2004년 5월 2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이어트, 운동, 건강에 대한 세계 전략’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지 올해로 만 11년이 되었지만, 비만율이 감소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오히려 매년 꾸준히 늘어 2004년 10억 명 정도였던 전세계 성인 과체중 인구가 2014년 20억 명 이상으로 급속히 높아졌다.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과체중의 비율은 1980년대 10% 수준에서 2010년 50%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70%가 될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비만이 될 것이라고 세계비만연맹이 경고한 바 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OECD의 자료에 따르면 비만한 사람은 비만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수명이 10% 단축되고, 소득이 18% 감소하고, 건강관리비용은 25% 증가한다.

WHO는 비만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암, 당뇨, 심장병 등의 사망자가 2020년이면 전체 사망자의 73%에 달할 것이며, 이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전체 치료비용의 60%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만이 수명을 단축시키고, 개인이 소득과 건강관리비용 등 개인의 경제와 일신상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한, 비만의 치료는 더 이상 미용이 아닌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국가가 나서서 관리해야 하고 공동체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 지금 전세계는 21세기 인류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인 비만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미국, 전체인구 3분의 1이 비만 질병을 앓고 있는 ‘비만대국’        

사실 길거리나 상점에 가면 쉽게 비만인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을 정도로 ‘비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매년 국가 의료예산의 10%에 해당하는 1500억을 비만에 쓰고 있는 등 비만과의 전쟁을 가장 치열하게 하고 있는 나라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현재 미국의 비만율은 전세계 1위로, 성인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4%가 비만에 따른 질병을 앓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사망원인의 25%인 심장질환으로 매년 60여 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미국성인의 49%가 심장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고혈압, 콜레스테롤, 흡연 중 적어도 1개의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인의 8.3%가 당뇨병에 걸려있으며, 아동 인구의 16.9%도 비만인 상태다. 

미국의 보건단체인 ‘미국 건강에 대한 신뢰(The Trust for America’s Health)’와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The 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이 공동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인 ‘비만 상태(The State of Obesity)’의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5-15% 정도였던 성인 비만율이 2013년 20-35%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은 2012년 전체 인구의 68.5%가 이미 과체중 상태를 돌파했고, 고도비만인구도 6% 이상이다.

지역별로는 미시시피(Mississippi)주와 서버지니아(West Virginia)주의 비만율이 각각 35.1%로 가장 높다.

로라도(Colorado)주가 21.3%로 가장 낮으며, 북동부와 서부보다는 남부와 중서부 지역의 비만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연령별로는 20-39세의 비만율이 30.3%, 40-59세의 비만율이 39.5%, 60세 이상의 비만율이 35.4% 로 나타났다.

인종 별로도 차이가 나타나는데, 흑인의 47.8%, 라틴계의 42.5%, 백인의 32.6%가 비만으로 조사됐다. 아시아계는 10.8%가 비만이다. 교육수준별로는 대학/전문대 졸업자의 비만율이 22.1%인 반면, 고교 졸업장 미 취득계층의 비만율은 35.3%에 달했다. 

아동인구의 비만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과체중이나 비만이 2-19세 사이의 아동인구의 31.8%며, 이 중 비만이 16.9%, 고도비만이 2%이상이다. 12-19세의 아동의 20.5%가 비만이고, 6-11세의 5%와 12-19세의 6.5%가 고도비만에 해당한다.

인종 별로는 흑인아동의 20.2%, 라틴계 아동의 22.4%, 백인아동의 14.3% 비만으로 나타났고, 소득 별로도 저소득층가계의 아이들의 비만율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5세 사이의 아이들의 23%가 과체중이고 그 중 8.4%가 이미 비만(백인아동 3.5%, 흑인아동 11.3%, 라틴계아동 16.7%)이라는 점이다. 소아비만의 경우 80-85%가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 요인 외에 사회·경제·문화적 환경 변화가 비만 확산에 기여

비만은 사람들이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했기 때문에 나타나거나 유전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미국에서 비만 확산에 기여한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저영양 고칼로리의 저렴한 음식을 구하기 쉬워진 반면, 신체활동기회는 줄어든 사회, 경제, 문화적 환경의 변화에 있다. 

우선 당, 칼로리, 지방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미국에서 야채와 과일은 선뜻 골라 담기 망설여질 만큼 가격이 높은 반면, 대량생산과 경쟁적 할인행사를 통해 가공 식품들의 가격은 아주 저렴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 간편한 식품을 선호하는 풍토에 저렴한 가격이 저영양 고칼로리 식품의 소비를 부추긴다. 

둘째, 미국인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양과 고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한다. 외식위주의 생활습관 변화로 음식섭취가 늘어났고, 식당에서 1회에 제공되는 음식은 전부 섭취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이 많다. 패스트푸드점에 슈퍼사이즈 세트메뉴가 등장했고, 사람들은 소다를 1리터씩 주문해서 마신다. 

셋째, 대부분 앉아서 생활하다 보니 신체활동량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기술의 발달로 움직임이 줄었고, 위험한 주변환경, 열악한 대중교통 등의 복합적 영향으로 미국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운전을 해서 가지 걷지 않는다. 

넷째, 가난한 지역이나 지방의 경우 값싼 가공식품들은 어디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질 좋은 식품에 대한 접근성은 떨어진다. 미국 어디를 가든 저렴한 가격에 품질 낮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거대 할인점 ‘월마트(Wal-Mart)는 눈에 쉽게 띄지만, 홀푸드(Whole Foods) 같은 유기농 마켓은 대부분 부유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 

다섯째, 단 음식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식습관도 문제다. 미국인들이 1년에 소비하는 설탕만 무려 66kg으로, 하루에 반 컵 정도다. 사람들은 초콜릿과 케이크를 달고 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럽에서는 음료에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고 과당 콘 시럽(HFCS)이 미국에서는 기업의 로비와 정부의 보조금으로 값싸게 유통되면서 모든 곳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여섯째, 가속화되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현상도 비만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가난과 비만의 인과관계에 대한 주장이다. 대체로 개발도상국의 비만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미국의 가난한 흑인 남성들의 비만율도 낮다는 것은 가난과 비만과의 상관관계는 모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교육수준과 소득이 낮을수록 비만율이 높다.

부유한 백인여성과 가난한 흑인여성 사이에서, 그리고 고소득층 아동과 저소득층 아동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역관계는 성별과 나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난이 비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모든 집단은 아니지만 특정 집단의 비만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비만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비만여성의 임금하락폭과 질병 확률이 높은 반면, 대학 진학률과 결혼확률도 낮다. 다시 말해 가난이 비만을 만들기도 하지만 비만이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그렇게 추락한 삶의 질이 2세에게도 대물림 되는 악순환이 존재해 보인다. 

일곱째, 비만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보통 비만은 체중의 제곱을 키로 나누어 측정된 체지방지수(BMI)로 구분한다. 한국에서는 BMI 25 이상이 비만, 30 이상이 고도비만으로 여겨진다. 반면, 미국에서는 BMI 25 이상을 과체중, 30-40은 비만, 40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본다.

그런데 한국기준으로 고도비만이나 비만에 속하고, 미국기준으로도 비만이나 과체중에 속하는 필자가 미국에서 실제로 체감하는 정도는 정상이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8년 정도 생활하면서 (한국사람들을 제외하고) 뚱뚱하다는 소리를 한번도 들어본 적도 없고,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오히려 “왜?”라는 질문을 받았다.

마른 체형을 선호하고, 무조건 날씬해야 예쁘다는 왜곡된 신체이미지 영향으로 무리한 다이어트를 해서 저 체중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사회의 비만인 사람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각도 분명히 고쳐져야 할 문제지만, 비만에 대해 너무나 관대하다 못해 무관심해 보이는 듯한 미국사회의 시선 역시 비만사회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미국은 지금 비만과의 전쟁 중

미국은 비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비만 관리 정책을 시도해오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주류를 포함한 식품의 칼로리 함량표시를 의무화하고, 함량 표기 성분을 추가했으며, 실질적인 섭취량을 감안해 1회 제공량을 조정했고, 트랜스지방 사용 규제와 글루텐-프리 (gluten-free)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을 중심으로 렛츠무브(Let's Move) 캠페인이 실시되어 학교 급식과 학생들의 식습관 개선에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저소득층이 야채, 과일, 곡물에 한정된 품목만 사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쿠폰 제도인 WIC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뉴욕주 아동가정서비스국(OCFS)은 어린이 집(Day Care) 음료수를 저지방 우유, 물, 100% 주스 등으로 한정시키고, 프로그램에 체육과 야외 활동 포함토록 했다. 또 나바호 인디언보호구역 지방자치체는 건강식사법(Healthy Dine Nation Act)을 제정하고 과일이나 채소 판매세는 완전히 면제해 준 반면 가공식품에는 2-4%의 판매세를 부과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도 탄산음료에 적용되는 소다세를 도입했다. 이와함께 패스트푸드점의 추가 개업 금지와 저지방 메뉴 개발 장려책 등도 펴고 있다.

세계 비만 1위의 비만대국 미국의 이러한 노력들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게 될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비만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미국= 우수미 특파원 woosum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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